미·유럽 동맹 시험대에 오른 북극 전략 경쟁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에 노골적인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군사·외교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극권 전략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영토 논쟁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군사적 존재감 키우는 그린란드, 긴장 고조
최근 덴마크를 중심으로 한 유럽 8개국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북극 항로와 군사 전략의 핵심 거점인 그린란드에서의 안보 공백을 우려한 조치다. 이에 대응해 미국 역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소속 군용기를 파견하며 맞불을 놨다.
겉으로는 방어 목적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이 북극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유럽의 움직임을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하면 관세”…경제 카드 꺼낸 미국
갈등의 수위는 군사적 긴장을 넘어 경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다음 달부터 10% 관세를 시작으로, 6월에는 25%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는 그린란드 문제 해결 전까지 유지될 예정으로, 사실상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해당 국가들의 실질 GDP가 최대 0.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규모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상징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유럽의 반격 준비, 보복관세 가능성
유럽연합(EU)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대미 보복 관세 패키지를 준비해 둔 상태다. 유예 중이던 조치가 자동 종료되면, 약 930억 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
EU 내부에서는 이를 주권 침해이자 부당한 경제 강압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미국 서비스·금융·투자 분야에 대한 제한 카드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관세 대응을 넘어, 제도적 차원의 압박으로 확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정치적 긴장은 곧바로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유럽 주요 증시는 하루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로존 대표 지수는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덴마크 증시는 그린란드 이슈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했다.
미국 증시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유럽 자본이 미국 자산을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셀 아메리카’ 우려가 확산되며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채권 규모는 약 8조 달러에 달해, 심리적 충격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부담
미·유럽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그 여파는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6%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다.
특히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정학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전형적인 경로다.
유럽의 딜레마, 강경 대응 vs 현실적 계산
유럽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강경 대응을 주장하며 단합을 강조하지만, 영국 등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안보 관계를 동시에 흔드는 선택이 유럽 경제에 감당 가능한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다.
현재 유럽은 저성장과 재정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을 대체할 안보·금융 파트너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전면 충돌은 부담이 크다는 판단도 적지 않다.
동맹의 균열, 어디까지 갈까
사태가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수뇌부와 긴급 통화를 갖고 갈등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그린란드를 미국이 확보해야 세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협상 여지는 열어두되, 전략적 목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발언을 넘어, 미국의 장기적인 북극 전략과 직결돼 있다. 기후 변화로 북극 항로의 가치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군사·에너지·물류 측면에서 핵심 요충지다.
정리하면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군사 문제에서 시작해 관세, 금융시장, 세계 경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오랜 혈맹 관계가 전략적 이해관계 앞에서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받는 국면이다.
당장 전면 충돌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관세와 보복 조치가 반복될 경우 시장 불안은 장기화될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