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주식시장이 변동성을 키우는 사이, 금과 은 같은 귀금속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금은 약 15%, 은은 무려 40% 이상 상승하며 주식 수익률을 압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지금의 귀금속 랠리는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새로운 투자 환경의 신호일까.
최근 금·은 가격 급등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차분히 정리해본다.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는 금과 은
국제 금 가격은 이미 역사적인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 1월 23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979.7달러로 마감했다.
5,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수준이다.
금값의 상승 흐름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약 27% 상승했고, 2025년에는 65% 급등했다.
그리고 2026년에도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 가격의 움직임은 더욱 인상적이다.
같은 날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101.33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2025년에만 150% 이상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40% 넘게 상승했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용 수요 비중이 매우 높은 금속이다.
전기·전자, 태양광, 배터리, AI 서버 등 첨단 산업에서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
ETF로 몰리는 자금, 귀금속 투자 대중화
귀금속 가격 상승은 ETF 자금 흐름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국내 상장된 금·은 관련 ETF에는 최근 몇 주 사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일주일 기준으로
- KODEX 은선물(H)에는 약 1,300억 원
- ACE KRX금현물 ETF에는 약 1,290억 원
이 유입됐다.
특히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 규모는 4조 원을 돌파하며 불과 두 달 만에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단순한 단기 테마가 아니라 자산 방어 수단으로 금·은을 선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
①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
최근 국제 정세는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 중동과 동유럽의 긴장, 글로벌 군사비 증가 등은 모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금과 은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정치적·군사적 불안이 커질수록 현금과 국채 대신 실물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② 금리 인하 기대와 중앙은행 신뢰 문제
금과 은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다.
따라서 금리가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점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통화정책 개입 가능성,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이어지면서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과 은 같은 실물 자산이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③ 달러 의존도 축소 움직임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불신도 중요한 배경이다.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달러 자산과 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최근 수년간 금을 대규모로 매입해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14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며 외환보유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질까?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은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금값 목표치를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열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HSBC는 금값이 상반기 중 5,000달러를 웃돌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3,900달러대까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보다 귀금속이 더 나은 선택일까?
현재의 금·은 랠리는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보다는 글로벌 자산 구조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주식은 여전히 장기 성장 자산이지만,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금과 은은
- 인플레이션 방어
- 지정학적 리스크 헤지
- 통화 가치 하락 대비
측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자산이 그렇듯, 귀금속 역시 분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 급등 이후의 변동성을 감안해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
마무리
2026년 금융시장은 확실히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금과 은의 고공행진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반영하는 신호다.
주식이든 귀금속이든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구조다.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금과 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