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반복 질문, 단순한 잔소리가 아닙니다
치매가 의심되거나 진행 중인 부모님과 함께 생활할 때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바로 '반복 질문'입니다. "지금 몇 시냐?", "오늘 무슨 요일이야?", "밥은 언제 먹지?"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해서 들으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지치고, 때로는 짜증까지 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 질문은 고의적이거나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억 저장 기능이 약화되어 생기는 증상입니다. 기억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방금 전에 들은 말을 또 묻고, 또 묻게 되는 것이죠. 이는 치매 환자에게서 매우 흔히 나타나는 인지 장애이며, 이들의 불안, 혼란, 외로움이 표현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모님의 반복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보호자로서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4가지 이상의 소주제로 나누어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반복 질문의 원인을 이해하자 – 공감이 먼저입니다
치매 환자는 새로운 정보를 단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그것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분 전에 설명했던 내용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궁금해집니다.
또한, 반복 질문은 정보 부족 외에도 불안감, 심심함, 외로움 등의 정서적 이유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배고프지 않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밥은 언제 먹지?"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가져야 할 태도는 ‘이해와 공감’입니다. 단순히 귀찮은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 혹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서 말을 거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짜증 대신 반복 가능한 답변을 준비하자 – 말투가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반복 질문에 대해 "아까 말했잖아!"라고 반응하거나, 귀찮은 말투를 내면, 환자는 더 불안해지고 위축됩니다. 이는 결국 더 많은 질문을 유발할 수 있어요.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보세요:
▶ 똑같이 반복해서 답해주기
질문이 반복되더라도 매번 같은 말투로, 짧고 부드럽게 대답합니다.
예: "지금은 2시예요. 조금 이따 밥 먹어요~"
▶ 대답을 변형해주기
같은 내용을 다른 말로 표현해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예: "조금만 기다리시면, 맛있는 반찬이랑 같이 밥 드릴 거예요."
▶ 감정을 실어주기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톤입니다. 기계적인 대답보다 따뜻한 말투로 말하면 상대방도 더 안정감을 느낍니다.
3. 시각 자료를 활용하자 – 눈에 보이면 더 기억나요
말로만 설명하면 바로 잊어버리지만, 시각적인 정보는 상대적으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스케줄 표 만들기: 오늘 식사시간, 약 복용 시간, 간식 시간 등을 크게 적은 표를 냉장고나 벽에 붙여두세요.
디지털 시계 활용: 날짜와 시간이 잘 보이는 전자시계를 거실이나 침실에 두면 시간을 묻는 질문이 줄어듭니다.
사진이나 그림: 메뉴 사진, 가족 사진, 일정 그림 등을 통해 시각적 단서를 주면 질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시각 정보는 환자가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도와주며, 반복 질문의 빈도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4. 대화 주제를 전환하거나 활동을 유도하자 –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반복 질문은 때로는 '지루함'에서 비롯됩니다. 이럴 때는 부드럽게 다른 주제로 전환하거나, 간단한 활동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대화 전환 예시:
"밥은 언제 먹어?" → "오늘 점심 반찬으로 뭘 먹고 싶으세요?"
"지금 몇 시야?" → "지금은 2시고, 드라마 시작하려면 조금 남았어요. 어제 그 드라마 어땠어요?"
▶ 활동 유도 예시:
-함께 사진첩 보기
-함께 텃밭 물주기
-과일 깎기, 간단한 설거지 도움 요청하기
-무리한 활동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일상적인 행동 중 환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5. 반복 질문이 심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하자
반복 질문이 너무 심하고, 보호자의 감정이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내의 문제가 아니며, 전문적인 치매 평가와 약물 조정, 인지 재활치료 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 및 진단 가능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노인병 전문의 진료 권장
-인지 기능 개선 약물이나 불안 완화 약물 투약 가능
또한, 보호자 자신의 정신 건강도 중요합니다. 반복 질문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오래 안고 있으면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빠질 수 있으니, 적절한 쉼과 지지체계 확보도 병행해야 합니다.
결론: 반복 질문은 환자의 언어입니다
부모님의 반복 질문은 치매로 인해 달라진 소통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불안, 외로움,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반응은, 그 언어를 읽고, 부드럽게 반응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반복 질문에 대한 인내는 때때로 힘들지만, 이 과정을 통해 가족으로서의 유대와 신뢰를 다시 세울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부모님은 나와 연결되고 싶어 하시는구나.”
그 마음을 품고 한 번 더 웃으며 대답해 주는 것, 그게 바로 가장 따뜻한 돌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