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물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시계를 향한 꿈
1920년대 초반, 시계는 이미 사람들의 생활 필수품이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물에 약하다는 점이다.
당시 대부분의 시계는 생활 방수는커녕 빗물이나 땀에도 쉽게 손상됐다. 갑작스러운 비나 물놀이, 심지어 손 씻기 같은 사소한 일에도 시계 내부로 물이 스며들어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시대에, 스위스의 한 시계 브랜드 창립자는 한 가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다.
“완전히 밀폐되어, 어떤 물속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시계를 만들겠다.”
그 브랜드가 바로 롤렉스(Rolex)였고, 창립자가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였다.
2.시대적 배경 – 20세기 초 시계 산업의 한계
(1) 손목시계의 보급 초기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손목시계는 여성들의 패션 액세서리에 가까웠다. 남성들은 주로 회중시계를 사용했고, 손목시계는 작은 유행에 불과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쟁터에서 한 손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의 실용성이 주목받으면서, 남성들 사이에서도 손목시계가 점점 보편화되었다.
(2) 취약한 구조와 방수 기술의 부재
하지만 그 당시 손목시계는 먼지와 습기에 매우 취약했다. 시계 케이스와 뚜껑, 용두(태엽을 감거나 시간을 맞추는 부품) 부분의 틈새로 물과 먼지가 쉽게 들어왔다. 당시 기술로는 이 틈새를 완벽히 막는 것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3. 롤렉스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의 비전
한스 빌스도르프는 스위스가 아닌 독일에서 태어났다.
고아로 성장한 그는 어린 나이에 시계 수출 회사에서 일하며 시계 산업을 배웠다. 스위스로 이주한 뒤 1905년 영국 런던에서 롤렉스를 설립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정확하고, 견고하며, 세련된 손목시계로 세계 최고의 신뢰를 얻는 것.”
그러나 그는 시계가 아무리 정확해도 물과 먼지 앞에서 무너진다면, ‘완전한 시계’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수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4. 세계 최초의 방수 시계 – 오이스터의 탄생
1926년, 마침내 롤렉스는 세계 최초로 완전 방수 시계를 발표했다. 이름은 오이스터(Oyster).
그 명칭에는 분명한 상징성이 있었다.
바다 속에서도 단단한 껍질 안에서 보석을 지켜내는 굴(oyster)처럼, 시계 내부를 완벽히 보호하겠다는 의미였다.
(1) 기술적 혁신
오이스터의 핵심 기술은 두 가지였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Screw-down Crown)
용두를 나사처럼 케이스에 돌려 잠그는 방식으로, 틈새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
밀폐형 케이스
앞뒤 케이스를 나사로 조여 고정하고, 고무 패킹으로 방수를 강화했다.
이 방식은 오늘날에도 고급 방수 시계에서 기본으로 사용되는 구조다.
5.세상 사람들의 의심 – “정말 물속에서도 괜찮을까?”
1926년 당시, 시계 애호가들과 언론은 롤렉스 오이스터의 방수 성능을 쉽게 믿지 않았다.
광고나 설명서보다 실제로 물속에서 견디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완전 방수’라는 말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로 여겨졌다.
빌스도르프는 이를 설득할 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6. 메르세데스 글리츠 – 완벽한 홍보 파트너의 등장
1927년, 영국의 젊은 수영선수 메르세데스 글리츠(Mercedes Gleitze)가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녀는 도버 해협을 횡단한 여성 수영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빌스도르프는 그녀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다음 횡단 도전 때, 롤렉스 오이스터를 착용하고 수영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글리츠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날 이후 이 사건은 시계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7. 도버 해협 횡단 – 극한 상황에서의 검증
1927년 10월, 글리츠는 오이스터 시계를 손목에 찬 채 차가운 도버 해협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무려 10시간 이상 차가운 바닷물 속을 헤엄쳤다. 당시 도버 해협은 조류가 강하고 수온이 낮아, 수영인들에게 극한의 도전이었다.
결국 기상 악화로 횡단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오이스터 시계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시계 내부에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을 계속 유지했다.
8. 대대적인 마케팅 성공
빌스도르프는 이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영국 주요 신문 1면에 ‘롤렉스 오이스터’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는 글리츠가 바다에서 수영하는 모습과 함께,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오이스터 시계 사진이 실렸다. 문구는 간단했다.
“도버 해협의 차가운 파도 속에서도 완벽히 작동한 시계 – 롤렉스 오이스터.”
이 광고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정말 물속에서도 되는 시계”라는 사실을 기억했고, 오이스터는 곧 전 세계적으로 방수 시계의 대명사가 되었다.
9. 기술과 마케팅의 완벽한 결합
오이스터 성공의 비결은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그냥 ‘방수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대신, 실제 인물이 실제 도전 속에서 그 기능을 입증하게 한 것이다. 이 방식은 이후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차용한 경험 기반 마케팅의 시초로 평가된다.
10.이후의 발전 – 잠수용 시계의 탄생
오이스터는 이후 롤렉스의 핵심 라인업이 되었고, 기술은 계속 발전했다.
오이스터 퍼페추얼(Oyster Perpetual): 방수 기능에 자동 태엽 시스템을 결합
서브마리너(Submariner): 전문 잠수사와 해군을 위한 고심도 방수 시계
씨-드웰러(Sea-Dweller): 심해 잠수용, 헬륨 방출 밸브 장착
오늘날 롤렉스의 모든 시계는 ‘오이스터 케이스’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11. 브랜드 이미지 강화
오이스터 사건 이후 롤렉스는 ‘신뢰할 수 있는 시계’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정밀한 무브먼트,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도 견디는 내구성은 롤렉스를 단순한 시계를 넘어 성공과 품격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결론 – 물속의 도전이 만든 전설
롤렉스 오이스터의 탄생과 검증 이야기는, 단순한 제품 출시 스토리가 아니다.
이 사건은 기술 혁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 어떻게 브랜드의 신뢰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버 해협의 차가운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은 오이스터는 단순히 방수 시계를 넘어서, 인류가 기술과 도전으로 한계를 돌파한 상징이 되었다.
2025.08.04 - [분류 전체보기] - 까르띠에 산토스 유래: 하늘을 향한 우정에서 태어난 시계
까르띠에 산토스 유래: 하늘을 향한 우정에서 태어난 시계
1. 서론: 손목시계 이전의 시간20세기 초, 시계는 대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포켓워치였다. 대부분의 신사는 옷의 안주머니에 넣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고, 여성들은 목걸이 시계나
jeuse9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