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손목시계 이전의 시간
20세기 초, 시계는 대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포켓워치였다. 대부분의 신사는 옷의 안주머니에 넣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고, 여성들은 목걸이 시계나 브로치 시계를 주로 사용했다. 그 시절, 손목에 차는 시계는 아직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었으며,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여성적인 물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이 하늘을 나는 꿈을 현실로 옮기려는 순간, 기존의 시계 형태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항공이라는 신세계가 등장하자, 그에 맞는 새로운 시간 도구가 필요해졌다. 이 흐름 속에서 시계 역사상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인물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Alberto Santos-Dumont), 그리고 그에게 새로운 시계를 만들어준 친구는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였다.
2. 주인공의 등장: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
2.1 하늘을 날고 싶었던 남자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은 1873년 브라질의 커피 재벌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배경 덕분에 그는 젊은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관심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었고, 1891년 프랑스로 건너가 본격적인 비행 실험에 몰두하게 된다. 당시 유럽은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던 시기였고, 산토스는 이 흐름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는 특히 비행선(기구)을 이용한 하늘 비행에 매료되었으며, 직접 비행선을 제작해 파리 상공을 누비는 데 성공한다. 그의 기구들은 단순히 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방향을 조절하고 조종할 수 있는 조정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2.2 1901년, 최초의 비행 거리 비행
1901년 산토스 뒤몽은 파리에서 에펠탑을 선회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하며 역사적인 비행 기록을 남긴다. 이 장면은 수많은 군중과 언론 앞에서 이루어졌고, 그는 순식간에 ‘하늘을 정복한 남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럽의 스타가 되었다.
3.친구, 루이 까르띠에를 만나다
3.1 까르띠에 가문과 장인 정신
루이 까르띠에는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Cartier(까르띠에)’를 계승한 3대째 장인이었다. 원래 귀금속과 주얼리로 유명했던 까르띠에 가문은 루이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시계 제작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예쁜 장신구가 아닌, 실용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시계를 만들고자 했고, 특히 기계식 정밀 시계에 깊은 관심을 두었다.
3.2 비행을 위한 새로운 시계가 필요해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과 루이 까르띠에는 파리의 예술·과학계에서 자연스럽게 교류를 가지며 친구가 되었고, 산토스는 루이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된다.
“내가 비행할 때,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는 건 너무 번거롭고 위험해. 한 손은 조종간을 잡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야. 손목에 찰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훨씬 좋겠어.”
이 말 한 마디는 시계 역사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시점이 되었다.
4. 산토스를 위한 첫 번째 손목시계
4.1 1904년,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형 파일럿 워치
루이 까르띠에는 산토스의 요청을 수용하여, 1904년 ‘Santos’라는 이름의 손목시계를 제작한다. 이 시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다.
-손목에 가죽 스트랩으로 고정되어 양손이 자유로움
-숫자가 시계판에 뚜렷하게 인쇄되어 가독성이 뛰어남
-기계식 무브먼트 탑재
-견고한 스틸 케이스와 조작이 쉬운 용두 설계
-사각형 다이얼 디자인 (당시 대부분 시계는 원형이었음)
이 시계는 당시에는 실험적이었지만, 점차 혁신적인 기술적 제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4.2 ‘산토스’라는 이름의 의미
이 시계는 루이가 자신의 친구이자 최초의 의뢰인이었던 ‘산토스 뒤몽’의 이름을 따서 모델명으로 삼는다. 단순히 친구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인간을 위해 탄생한 시계, 즉 기능성과 역사성이 모두 담긴 시계였던 것이다.
5.산토스 시계의 진화와 까르띠에의 상징
5.1 상업적 출시
1904년의 첫 프로토타입 이후, 산토스 시계는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졌고, 1911년부터 까르띠에에서 공식 상업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기 시작한다. 이는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 양산 모델 중 하나로 기록되며, 손목시계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 되었다.
5.2 독특한 디자인 코드
산토스 시계는 다음과 같은 디자인적 특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사각형 케이스: 곡선이 아닌 직선을 강조한 대담함
-노출된 스크루(screw): 구조적 요소를 디자인 포인트로 승화
-로마 숫자 인덱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
-정밀한 기계식 무브먼트: 고급 시계 기술의 집약체
이러한 특징은 이후 까르띠에의 시계 디자인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산토스는 까르띠에의 시계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상징적 모델이 되었다.
6.루이와 산토스의 유산
6.1 하늘과 시간을 연결한 우정
까르띠에 산토스 시계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두 사람의 우정, 혁신, 그리고 비전을 담은 상징이다.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은 이후에도 다양한 비행 실험을 이어가며 ‘현대 비행기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고, 루이 까르띠에는 시계 산업에서 패션과 기술의 조화를 창조해냈다.
6.2 산토스 시계의 문화적 영향력
산토스는 이후 시계 역사에서 단순한 모델명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기능성을 넘어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의 가치를 입증한 선례가 되었고, 이후 파일럿 워치, 다이버 워치, 레이싱 워치 등 다양한 시계 장르에 영감을 주었다.
7. 결론: 시간과 하늘을 잇는 전설
까르띠에 산토스는 단지 고급 시계의 한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시간 속에서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던 도전의 기록이며, 친구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창의적인 장인의 응답이자, 기술과 감성이 만난 명품의 탄생이었다.
오늘날에도 산토스는 현대적인 해석을 거쳐 다양한 라인업(예: Santos de Cartier, Santos-Dumont)을 선보이며 여전히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기원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난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시간을 알고 싶어.”
그리고 그 말은 시계 산업의 역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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