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네이버, 글로벌 제휴와 플랫폼 개편으로 새 전환점 맞다

들어가는 말

네이버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인터넷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검색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쇼핑, 금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들어서는 디즈니와의 전략적 제휴, 멤버십 서비스 확대, 그리고 블로그 개편을 통해 ‘플랫폼 기업에서 종합 생태계 기업으로의 진화’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네이버의 세 가지 굵직한 행보 ― 디즈니와 손잡은 웹툰 플랫폼, 쇼핑·구독 멤버십 강화, AI 기반 블로그 개편 ― 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파급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몸집 키우는 네이버, 글로벌 제휴와 플랫폼 개편으로 새 전환점 맞다

 

디즈니와의 협력, 웹툰의 새로운 장을 열다

1) 합작 플랫폼의 등장

네이버웹툰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2014년 북미 시장 진출 이후,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MAU)가 1억 7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네이버웹툰은 단순히 한국 웹툰을 해외에 알리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IP와 손을 잡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디즈니와 합작하여 새로운 디지털 만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마블, 스타워즈, 픽사,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20세기 스튜디오 작품까지 총 3만 5천 편이 넘는 디즈니의 방대한 만화를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일부 콘텐츠는 스마트폰 환경에 맞춘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또 다른 일부는 기존 만화책 형식을 디지털화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콘텐츠 공급 계약이 아닙니다. 디즈니 플러스 기존 구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양사 모두에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네이버웹툰 입장에서는 1억 8천만 명이 넘는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에게 접근할 수 있고, 디즈니 입장에서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통해 젊은 세대 독자를 끌어들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2) 디즈니의 지분 참여와 상징성

디즈니는 이번 협력의 진정성을 보여주듯, 웹툰 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의 지분 2%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파트너십’의 형태로 장기적 신뢰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협력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증시에서 웹툰 엔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상승했으며, 시간외 거래에서는 한때 90% 가까이 폭등하면서 나스닥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이라는 포맷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일본 만화, 미국 코믹스가 전 세계 만화 산업을 주도했지만, 이제 한국형 웹툰 플랫폼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와 나란히 협력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멤버십 전쟁, 네이버플러스의 반격

1) 네이버의 멤버십 확장 전략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간 ‘구독경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료 멤버십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단순히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을 넘어, 다양한 제휴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구독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고, 이어 202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PC 게임패스, 우버, 컬리와의 제휴를 연이어 성사시켰습니다. 이로써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콘텐츠, 게임, 모빌리티, 신선식품 배송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2) 쿠팡과의 경쟁 구도

현재 국내 구독형 쇼핑 멤버십 시장의 1위는 여전히 쿠팡 와우 멤버십입니다. 그러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기준,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률은 36%,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26%로 집계되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4%포인트 차이로 좁혀졌습니다.

 

네이버는 특히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강점을 확보했습니다. ‘컬리N마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다음 날 새벽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이는 쿠팡의 로켓프레시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온라인 쇼핑의 약점이었던 물류 서비스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멤버십 경쟁의 파급력

멤버십 전쟁은 단순히 구독자 수 경쟁이 아닙니다. 이용자가 멤버십에 가입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플랫폼에서 소비 활동을 이어가게 되고, 충성도 또한 높아집니다. 네이버는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 ‘슈퍼앱’ 전략을 강화하면서 광고, 쇼핑,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 부문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AI로의 전환

1) 블로그 개편의 배경

네이버 블로그는 한때 한국 인터넷 문화를 상징하는 플랫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용률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에는 이용률이 52.7%에 달했으나, 2025년 2월 기준 21.7%로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영상·SNS 중심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글 기반 플랫폼의 입지가 약화된 결과입니다.

네이버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2) 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존 블로그 홈은 이웃의 게시글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개편된 블로그 홈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사와 관계망을 분석하여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뉴스피드와 유사한 형태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또한 AI는 단순히 콘텐츠 추천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 작성 지원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초안을 작성하거나, 이미지 추천, 글의 문체 보정 등 창작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 속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3) 이용자 반응과 과제

하지만 블로거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기존에는 이웃 간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블로그의 장점이었는데, 이제 알고리즘 중심으로 바뀌면서 보고 싶은 이웃의 글이 묻히고 광고성 글이 상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네이버가 선택한 AI 전환이 플랫폼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 핵심 이용자층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결국 AI와 커뮤니티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네이버 블로그의 향후 성패를 가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종합 분석

네이버의 최근 행보는 ‘몸집 키우기’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습니다. 디즈니와의 협력으로 글로벌 IP를 확보하고, 멤버십 제휴 확대를 통해 생활 전반을 아우르며, 블로그 개편으로 플랫폼 체질 개선까지 꾀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제휴는 웹툰이라는 한국형 포맷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멤버십 경쟁은 쿠팡과의 치열한 시장 다툼 속에서 네이버가 점차 격차를 줄여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블로그 개편은 AI 시대에 발맞춘 변화지만, 동시에 이용자 경험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맺음말

네이버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사업 영역 확장을 넘어, 한국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와의 협력으로 세계 만화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멤버십 서비스로 생활 소비 전반을 장악하며, AI 개편으로 기존 플랫폼을 재정비하는 모습은 네이버의 ‘종합 플랫폼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블로그 개편에 따른 충성 이용자층의 이탈 우려, 쿠팡과의 멤버십 경쟁에서 물류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디즈니와의 협력이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등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네이버의 이번 변신은 성공과 위기를 동시에 내포한 도전입니다. 앞으로의 성과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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